저번에 백화점 내부의 아동 관련 편의시설이 고객의 동선을 어떻게 연장시키는지, 그리고 부모들의 소비 욕구를 어떻게 자극하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나니, 이번엔 그 부모님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있을지, 있다면 위치가 어떻고 시설 주변에는 어떠한 매장이 위치하고 인테리어 방식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편의 시설에 대한 성별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다시 백화점을 가 보았다.

롯데백화점 1층의 매장은 대체적으로 젊은 층에 어필할만한 의류 브랜드 매장들이다. 주 고객 대상은 10대에서 20대 정도로 여겨지고 주말에 가장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2층에서는 화장품, 구두, 시계, 가방 등 잡화를 취급한다. 대부분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매장이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매장은 정문에서 가장 먼 쪽에 있었고 상품의 다양성도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3층은 취업 연령대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1층보다 단정하고 차분한 풍의 의류를 취급한다. 4층은 중장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고급 의류도 추가로 판매하는 듯 했다. 5층은 중장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캐주얼 의류와 정장을 취급한다. 마지막으로 6층의 스포츠 매장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스포츠용품을 판매한다. 의외로 여성용 스포츠 물품의 비중이 높아서 놀랐다.
그런데 위의 안내 표지판에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5층 남성복 매장에는 편의시설 화장실을 제외하고는 아예 없다. 4층의 MVG (Most Valuable Guest, VIP 손님정도일 듯 하다) 휴게실, 의류 AS실, 3층의 뷰티살롱과는 확실히 구분이 되는 모습이었다.
30대를 넘어선 남성은 백화점에 혼자 오는 일이 매우 드물어 보인다. 백화점에 온다면 대부분 가족을 동반하고 왔거나 가전제품을 보러 온 것이다. 한국 남성 중년들은 대체적으로 쇼핑을 즐기는 편이 아니니 살 것이 있다면 필요한 것만, 그리고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에 한정된 쇼핑을 하곤 한다. (가전제품은 지하 1층에 있으니 논외로 하겠다.) 백화점에 있는 시간 자체가 그리 긴 편이 아니므로 남성복 매장인 5층에는 남성을 위한 편의시설을 찾아볼 수 없지 않나 싶다. 편의시설을 만들어 봐야 몸이 무거운 남중년들의 동선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결혼한 여성 고객들의 동선은 넓게 펼쳐저 있다. 30대 초반의 여성이 소화할 수 있는 상품은 1층부터 4층 모두에서 찾을 수 있었다. 3층에 있는 편의시설은 뷰티 살롱이다. 네일샵과 스킨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장소라고 한다. 그와 더불어 3층에는 별관 (미용실 등 문화시설과 주차장)과 연결된 통로가 있다. 여성 운전자가 예전보다 많이 증가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배치인 것 같다. 3층도 여성복 매장이지만, 잡화류는 2층에 있고 혹시 자녀를 데려왔다면 놀이방은 6층에 있다.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자연히 동선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뷰티 살롱의 주 타겟은 바쁜 커리어 우먼인 듯 하다. 쇼핑을 즐기고 뷰티살롱에서 자기관리를 한 다음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시나리오랄까? 아래 3층 안내도를 보면 에스컬레이터 내려오는 방향에서 우측을 보면 주차장 방향이고 좌 측을 보면 뷰티살롱이 위치한다. 같은 층에 있지만 동선이 연장되고, 상품을 한번이라도 더 각인시킬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비교적 싼 상설 판매대가 위치하니 충동 구매의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다.


↖ 뷰티살롱 전경↑ 별관으로 나가는 옥외 통로
← 3층에서 옥외 통로와 뷰티 살롱(붉은 점) 의 위치
↙ 4층 MVG 휴게실의 위치 (붉은 점)
↓ 4층 MVG 휴게실의 모습. 상당히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4층의 편의 시설은 MVG(Most Valuable Guest) 휴게실이 있다. 4층의 여성복 매장은 여성 고급 의류를 판매한다. (아마 일산 롯데 백화점의 의류 중 가장 평균가격이 비싸지 않을까 싶다). 4층에 VIP 휴게실이 있다는 사실에서 은 일산 롯데 백화점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사람은 중년의 여성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앞에서 설정한, 어린 자녀를 둔 30대 초반의 여성과는 거리가 있다) 4층의 인테리어는 그래서 다른 층보다 더 고급스러웠다. 브랜드별 부스가 더 활발하게 구성된 모습이었다.
4층에 있는 다른 편의시설로는 의류 AS 센터(위 그림에서 하단의 초록색 점) 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모피류의 AS도 가능했다. 요즘에는 백화점 내 매장에서 옷을 사면,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매장차원에서 간단한 AS는 즉시 해준다. 옷을 사고 나서 사후 AS를 받는 빈도는 AS 매장이 위치한 4층 매장의 주 고객인 중년 여성임을 유추할 수 있다.

4층 매장의 전경이다. 다른 층과는 다르게 바닥의 화강암 장식이 붙어 있다. 사진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찍은 것이라 잘 보이지 않겠지만 이 각도에서 좌측을 보면 명품 브랜드 부스가 늘어서 있다.
2층 안내도이다. 초록색 매장들은 화장품 매장이다. 보라색 매장들은 가방과 구두 등 잡화 매장이다.(여성 잡화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분홍색 매장은 시계,귀금속 등 악세서리 매장이다. 2층에서 특징적인 인테리어는 남성용 잡화의 종류가 여성용 잡화에 비해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좌측 상단의 정문에서 반대편인 우측 하단 부분에 있었다. 정문으로 들어오면 반층정도 위에 여성용 화장품 매장이 보인다. 2층에서도 여성 고객이 남성 고객보다 우대받는 매장 구조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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